엔도 코지 遠藤浩二의 [표류가 漂流街] 퀵리뷰

다른 여느 감독과 작곡가 콤비처럼 미이케 다케시 역시 선호하는 자신만의 작곡가가 존재한다. 1964년생의 엔도 코지가 바로 그로서, 24살부터 영상 음악에 뛰어든 재즈 기타리스트 출신의 뮤지션이다. 워낙에 미이케 다케시가 다작을 하는 터라 모든 작품을 함께 하는 건 아니지만, 필모 전반에 걸쳐 그의 이름이 꾸준히 등장하는 걸로 봐서 미이케 다케시에게 그의 존재는 꽤나 중요해 보인다. 1997년 [레이니 독]을 시작으로 [풀 메탈 야쿠자], [중국의 조인],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 [소년 우연대 3], [오디션], [일본 흑사회], [비지터 Q] 같은 그의 V-cinema 시절의 초기작부터 [아지테이터], [가타쿠리가의 행복], [사부], [샹그릴라], [극도공포대극장 우두], [착신아리], [제브라 맨], [IZO]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작품들을 (미이케 다케시 마냥) 무서운 속도로 뽑아내었다. 두 사람 다 메이저로 올라선 이후 각자 작업에 치중하며 휴지기를 갖지만 그러면서도 [스키야키 웨스턴 장고]나 [탐정 스토리], [용과 같이] 등을 내놓았고, 최근엔 다시 [13인의 자객]과 [역전재판], [짚의 방패] 등을 함께 하며 끈끈한 호흡을 이어가고 있다.

[표류가]는 그들이 아직 임협(야쿠자) 영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시기, 그러니까 2000년에 작업한 영화로 무수히 다작을 생산하던 때의 특성들이 곳곳에 묻어난다. 록가수 출신의 오이카와 미츠히로와 축구선수 출신의 테아, 홍콩 여배우 이가흔이 나온다는 사실과 하세 세이슈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는 점 말고는 그리 특별한 게 없는 뻔하디 뻔한 미이케 다케시 표 야쿠자 영화지만, 대중적인 기호나 흐름은 무시한 채 자기 방식대로 내러티브와 영상을 재조합하고, 이해할 수 없는 유치함과 독특한 편집이 가득 찬 특유의 재기발랄함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그런 영화처럼 엔도 코지가 맡은 음악 역시 범상치 않은 이국적인 사운드를 선사한다. 일렉 기타 사운드가 가득한 하드락적인 분위기 속에 등장하는 이슬람 악기 ‘우드’와 루마니아 전통악기 ‘나이’의 활용 그리고 보사노바와 삼바 리듬까지 차용한 무국적성의 음악은 기묘한 판타지를 품고 있으며, 영화의 폭력성과 야쿠자의 일탈을 색다르게 포장해낸다. 날 것의 생생한 피비린내의 그것과는 다른, 로망과 코믹, 일본 뒷골목 속의 작은 세계의 풍취를 흥미진진하게 사운드로 전달한다.

미이케 다케시와 작업한 엔도 코지의 음악을 더 찾아서 들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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