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쇼어 Howard Shore의 [스파이더 Spider] 퀵리뷰

올 여름 삿포로에 갔을 때 북오프에 들렸다 우연히 마주친 하워드 쇼어의 [스파이더] 사운드트랙. 데이빗 크로넨버그와 쇼어의 10번째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워낙에 저자본으로 유럽과 캐나다에서 힘들게 작업했던 영화라 사운드트랙은 되려 미국에서 발매되지 않았고 유럽에서만 잠깐 나왔다 빠르게 사라졌다. 규동 곱빼기에 해당하는 – 심지어 그게 설렁탕 한 그릇보다도 싸다! - 믿을 수 없는 가격에 집어 들며 유레카!!를 외쳤던 기억이 선한데, 그도 그럴 것이 이 사운드트랙은 중고마켓에서 꽤나 고가로 거래되는 매물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런 물건이 이국만리, 것도 도쿄가 아닌 삿포로에서 저가 중고 코너에서 쓸쓸히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뒹굴고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음악에는 크로노스 콰르텟이 참여해 진중하고 혼돈스러운 영화의 느낌을 기가 막히게 표현하고 있다. 환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복잡한 구성이라 보면서도 길을 잃고 헤매고 마는 영화였는데, 그 묘한 느낌을 고스란히 크로노스 콰르텟이 담아낸다. 어디가 출구이고 무엇이 답인지 안개 낀 것 마냥 모호한 감성을 느릿느릿 하니 하나의 현마다 깊숙하게 눌러 담아 지독하게 궁금하게 만든다. 물론 피아노나 트럼펫, 하프와 성가 코러스 등을 활용해 다양한 사운드를 만들어내지만 이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매개체는 크로노스 콰르텟이다. 현의 떨림이 유난히 강조돼 들리는 이 신경질적이고 병약스런 사운드트랙은 짧지만 은근히 불유쾌하게 머릿속에 생채기를 낸 채 잘 떨어지지 않는다.

오랜만에 영화를 다시 봐야 잊혀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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