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의욕적으로 '헐리우드 영화음악 라인업 50'을 연중기획(?) 포스팅으로 내세웠지만, 발을 삐끗하는 바람에 30에서 멈추고 말았다. 2011년엔 아예 블로그를 포기했고. 그럼에도 영화는 계속 상영되고 영화음악 또한 아름답게 울려퍼진다. 그렇다. 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 그래서 2012년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준비했다. 기대할만한 작품 리스트를 쭈욱 뽑아보니 이번엔 60편을 훌쩍 넘는다. 가히 속편의 홍수고, 리메이크의 침공이며, 물량공세의 전쟁이다. 그러나 그들보다 더 화려하고 빵빵하게 돌아올 빵빠레와 BGM을 잊어선 곤란하다. 화려한 스타들과 엄청난 예산, 때론 보잘 것 없는 스토리를 구원하고 눈물짓게 하며 열광하게 만드는 건 바로 음악의 힘이다. 헐리우드만큼 그 힘의 위력을 알고 믿는 동네가 과연 또 있을까? (있다. 볼리우드 영화들은 더 쥑여준다... 그들은 음악의 힘에 맹신한다! 아니 노예다!)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서라도 이 연중기획 포스팅을 시작해보련다. 양이 양인지라 완주에 대해선 반신반의지만.. 어쨌든 미국 개봉일자 순으로 훑어보는 2012 헐리우드 영화음악 60, 그 첫번째!
1. 콘트라밴드 Contraband
감독 :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Baltasar Kormakur / 1월 13일 개봉
음악 : 클린튼 쇼터 Clinton Shorter / 예고편

신년초 헐리우드의 포문을 여는 건 따뜻한 가족드라마도 훈훈한 러브코메디도 아닌, 중간 규모의 액션스릴러 [콘트라밴드]다. 2008년에 제작된 아이슬란드 스릴러 [Reykjavik-Rotterdam]를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독특하게도 아이슬란드 원작 영화의 주연이자 제작자였던 발타자르 코루마쿠르가 메가폰을 쥐고 있는데, 마크 왈버그 Mark Wahlberg와 케이트 베킨세일 Kate Beckinsale, 벤 포스터 Ben Foster와 지오바니 리비시 Giovanni Ribisi 등의 알찬 출연진에 배경을 라틴으로 바꿔 밀수하다 해고당한 경비원이 돈과 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지막 한 판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원작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중간 규모의 작품에선 거의 실패를 모르는 - 흥행과 비평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거머쥔 '알짜배기' 워킹 타이틀이 제작하는 영화라 나름 기대감이 솔솔 드는 것도 사실인데, 음악은 2009년 [디스트릭트 9 District 9]으로 새롭게 떠오른 캐나다 출신의 신예 클린튼 쇼터가 담당하고 있다. 1971년생이란 나이에서도 알 수 있듯 그간 주로 몇몇의 인디 영화들과 TV물, 단편에서 조용히(?) 활동했던 터라 이런 규모(제작비 4천만불)의 상업 영화는 그의 필모 역사상 처음인데([디스트릭트 9]의 제작비도 고작 3천만불에 불과했다!), [디스트릭트 9] 이후로도 그리 인상적인 필모를 이어가지 않던 그를 제작진이 발탁한 건 나름 파격적인 승부수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러나 페이크 다큐 스타일의 SF 장르에서 이국적인 색채와 스케일, 긴장감을 유려하게 모두 담아낸 바 있는 그의 놀라운 감각이라면 역시나 이국적인 배경과 스릴, 음모와 배신, 사랑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 영화에서도 좋은 능력치를 뽑아내지 않을까. 신인답지 않게 보이스와 일렉트릭, 오케스트라를 과하지않게 조화시키며 서서히 감정을 끌어올리는 능구렁이 9단 같은 배짱과 메이저 경력 하나 없이 리모트 콘트롤 못지 않은 진중한 액션 스코어링을 전개해내는 대담한 큐들은 오히려 그 또래급인 자와디나 자넬리 Geoff Zanelli, 외발슨 Atli Orvarsson 보다 훨씬 나아보인다. 그의 본격적인 헐리우드 도전기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한 가운데, 아쉽게도 사운드트랙에 대한 정보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1월 11일 디지털 음원 공개)
2. 언더월드 4 - 어웨이크닝 Underworld: Awakening
감독 : 만스 말린드 & 비욘 스테인 Mans Marlind & Bjorn Stein / 1월 20일 개봉
음악 : 폴 헤슬링거 Paul Haslinger / 예고편

[언더월드]가 돌아온다. 아니 그보다 셀린느가 돌아온다고 해야 맞지 않을까. 2003년 뱀파이어와 늑대인간간의 처절한 뒤골목 잔혹사를 긴 가죽 코트에 쌍권총을 찬 미녀 전사의 활약상으로 기깔나게 채우며 일약 슬리퍼 히트를 기록한 이 영화는 무려 10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3편의 시리즈를 선보이며 나름 건실한 프랜차이즈가 됐다. 시나리오와 연출을 담당한 할리우드 미술파트 출신의 렌 와이즈먼 Len Wiseman은 이제 왕 나가는 주류 감독으로 성장했고, 무려 이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히로인 케이트와는 평생 서약을 맺는 행운까지 거머쥐었다. 비록 3편부터는 연출에서 물러나 제작을 담당하고 있지만, 시리즈 전반의 시나리오와 스토리에 관여하는 등 언더월드 창조주로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3편의 흥행 성적이 신통치 않자 '셀린느' 베켄세일을 다시 불러들여 정비를 갖춘 이번 4편의 감독은 스웨덴 출신의 호러 귀재 만스 말린드와 비욘 스테인 콤비가 공동으로 연출하고 있다. 물론 시리즈에 셀린느만 복귀한 게 아니다. 2편을 제외한 모든 시리즈의 음악을 매만져 언더월드 세계관에 빠싹한 폴 헤슬링거 역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의 일렉트로닉 밴드 탠저린 드림 Tangerine Dream 멤버 출신답게 차갑고 변화무쌍하며 멜랑꼴리한 감수성을 펼쳐보이는 그의 스코어는 다크하고 고딕적인 양식톤을 가진 스피디한 영상에 꽤나 잘 어울린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그는 어린 시절 클래시컬한 정규 교육을 밟았지만 전자음악에 대한 관심으로 탠저린 드림에서 비교적 짧은 기간(1986-1990) 활약하며 다양한 영화음악에 참여했고, 이후 그레이엄 리벨 Graeme Revell의 프로그래머를 맡아 할리우드 작품에 대한 노하우를 쌓다 2001년 [Crazy/Beautiful]로 첫 크레딧을 거머줬는데, [언더월드]는 그런 그의 주가를 폭등시킨 대표작이다. 유기적인 테마와 독창적인 스타일의 부재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여전히 다크하고 세련된 고딕 톤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서사적으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요즘 트렌드와 아주 걸맞는 감각을 들려주기도 한다. 스코어 앨범과 송 앨범을 모두 발매했던 레이크쇼어 레이블의 전례로 봐서 조만간에 둘 다 발매될 것으로 보여진다. (컴필레이션 앨범은 1월 31일 발매 예정, 스코어 앨범은 2월 14일 CD 발매 예정)
3. 헤이와이어 Haywire
감독 : 스티븐 소더버그 Steven Soderbergh / 1월 20일 개봉
음악 : 데이빗 홈즈 David Holmes / 예고편

천재 소더버그는 바쁘다. 전염병의 유통경로를 호러 재난물처럼 보여준 [컨테이전 Contagion]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 영화 [헤이와이어]를 찍었고, 이 여성판 본(Bourne)을 개봉시킬 시점엔 쇼걸이 아닌 '쇼맨' 남성 스트리퍼 이야기를 다룬 [매직 마이크 Magic Mike] 후반 작업에 돌입했으며, 동시에 내년에 개봉할 동성애자 피아니스트 리버라치를 다룬 [Liberace] 작업을 시작했다. 곧 은퇴할 거란 말을 한 감독치고는 굉장히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데, 이후 정말 밥숟가락을 놓을지 번복할지 두고 봐야겠지만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솜씨 좋은 숙련공처럼 뚝딱 재단하는 그의 매끈한 솜씨 만큼은 최고라고 인정해야 겠다. 여성 종합격투가 지나 카라노 Gina Carano가 타이틀롤을 맡은 이 첩보 액션 스릴러는 유럽에서 임무수행중인 비밀요원이 배신을 당하고 복수한다는 비교적 간단한(?) 플롯으로 알려졌는데, 여성판 본이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공개된 예고편은 파워풀하고 인상적이었다. 소더버그가 이런 작품을? 이란 의외성과 동시에 유명한 남성 배우들이 총동원돼 두들겨 맞는 걸 지켜보는 쾌감은 의외로 신선한 매력이 있다. 무려 소버더그와 열 작품을 같이 한 단짝 클리프 마르티네즈 Cliff Martinez 대신 투입된 이는 역시나 이미 네 작품이나 함께 한 전력이 있는 DJ 출신의 작곡가 데이빗 홈즈. 마르티네즈가 쿨하고 시니컬하며 부유하는 공기 같은 스코어를 제공한다면, 홈즈는 정반대로 핫하고 감각적이며 리드미컬한 템포를 부여하고 있다. 마치 얼음과 불의 관계처럼 이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소더버그의 재능이 놀랍다고나 할까. [조지 클루니의 표적 Out Of Sight]와 오션스 Ocean's 삼부작에서도 느껴졌듯 영상 위를 낭실낭실하게 넘나드는 홈즈의 빈티지 스타일의 큐들은 재기발랄하며 대중적인 접근법으로 소더버그의 빠른 화법을 눈치껏 도와주고 있다. 요즘 헐리우드 대세로 자리잡은 리모트 콘트롤 스타일의 획일적인 액션 큐에서 벗어나 얼마나 홈즈만의 색채를 들려주며 액션 스코어로 활용될 수 있을지가 [헤이와이어]의 관건이 아닐까. 지나 카라노의 총격이나 정권 지르기, 발차기 속도 만큼이나 빠르고 시원하게 내달려갈 홈즈의 열정적인 사운드가 정말 정말 궁금하다. 1월 17일 디지털 음원 발매 예정.
4. 레드 테일스 Red Tails
감독 : 앤소니 헤밍웨이 Anthony Hemingway / 1월 20일 개봉
음악 : 테렌스 블랜차드 Terence Blanchard / 예고편

오랜만에 큰 스크린에서 만나는 세계 제2차대전 영화인 [레드 테일스]는 여러모로 재미있는 점이 많은 영화다. 우선 제작자로 참여하고 있는 조지 루카스 George Lucas가 [방송국 사고파티 Radioland Murders] 이후 무려 18년만에 각본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영화고, 주연 배우인 쿠바 쿠딩 주니어 Cuba Gooding Jr.는 같은 소재를 다룬 TV 영화 [The Tuskegee Airmen]에 출연했으며, 테렌스 하워드 Terrence Howard 역시 [하트의 전쟁 Hart's War]에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아프리카계 전투기 조종사로 구성된 터스키키 부대원으로 출연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전쟁 당시 인종차별을 겪으면서도 중고 비행기로 가장 위험한 임무를 수행해낸 터스키키 부대원의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공중전을 다룬 [레드 테일스]는 그간 인기 TV 시리즈들의 연출과 극영화 조연출을 맡으며 꾸준히 경험을 쌓은 앤소니 헤밍웨이의 극영화 데뷔작이다. 촬영 후반 안 좋은 루머가 돌기도 했지만 조지 루카스가 크레딧에 있는 한 공중전 장면 만큼은 감히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설레임이 들기도 한다. 음악을 책임진 이는 그간 스파이크 리 Spike Lee 감독과 파트너쉽으로 영화 현장과 친해진 재즈 트럼페터 테렌스 블랜차드. 굳이 노홍철 찬가로 알려진 [모 베터 블루스 Mo'better Blues]를 예로 들지 않아도 재즈 좀 들었다 하는 분들이라면 잘 아는 중견의 뮤지션인 블랜차드는 사실 꽤 오래 전부터 영화음악 활동을 해왔다. 그는 윈튼 마샬리스로 대표되던 신전통주의의 뒤를 따라 지독하리만치 정형적이고 원론적인 하드밥 스타일을 펼쳐보였지만, 영화음악에서만큼은 자유로운 스타일과 다양한 개성을 받아들이며 재즈 뮤지션의 제약을 벗어나 보다 폭넓은 스펙트럼을 들려주었다. [25시 25th Hour]로 골든 글로브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한 그는 과연 포화가 빗발치듯 쏟아지는 물량공세의 스펙타클한 영상에 걸맞는 대서사시 스코어를 들려줄 것인지, 아님 그런 사생결단의 사선에서 그루브 넘치며 감미로운 재즈 선율을 펼쳐보일 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 사운드트랙은 2월 7일 소니 클래시컬에서 발매될 예정이다.
5. 더 그레이 the Grey
감독 : 조 카나한 Joe Carnahan / 1월 27일 개봉
음악 : 마크 스트라이텐펠드 Marc Streitenfeld / 예고편

원래는 조 카나한과 '멋쟁이' 브래들리 쿠퍼 Bradley Cooper의 두번째 만남이 예정되었으나 쿠퍼의 고사로 '한니발' 리암 니슨 Liam Neeson과 두번째 만남이 되었다. 알래스카에서 석유추출공과 작업자들을 외부의 위험과 야생동물로부터 보호하는 임무를 지닌 프로페셔널 가드가 추락한 비행기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과 엄청난 추위와 강력한 적들 앞에서 대적하는 분투기를 다룬 이 영화는 마치 21세기 버전의 [얼라이브 Alive]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뜨거운 감동과 논란을 담은 채 휴머니즘을 묻는 [얼라이브]는 신파라는 듯, [더 그레이]에선 '본 투 비 와일드'의 차갑고 거친 - 마초스런 감성의 긴장과 서스펜스에 주력한다. [나크 Narc]라는 인상적인 저예산 느와르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조 카나한은 분업화가 잘 된 할리우드에서도 자신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하는 몇 안되는 감독 중 하나인데, 심지어 1억불짜리 블럭버스터였던 [에이 특공대 the A-Team]에서도 각본을 담당한 그는 [더 그레이]에서도 원작자와 같이 시나리오를 썼다. 음악을 담당한 이는 그간 리들리 스콧 Ridley Scott의 짝패로 활약해 온 리모트 콘트롤 소속의 마크 스트라이텐필드. 올 여름 개봉할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를 비롯 지금까지 작업한 총 7편의 영화 중 5편이 리들리 스콧과 함께 한 작품인데, 재밌게도 남은 두 작품 중 하나는 리들리 스콧의 아들 제이크 스콧 Jake Scott의 데뷔작 [웰컴 투 마이 하트 Welcome to the Rileys]이고, 다른 하나인 이 영화 [더 그레이]는 바로 리들리 스콧이 직접 제작한 영화라는 사실. 이쯤되면 가히 '전담'이라는 표현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리들리가 마크에게 갖고 있는 신뢰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듯 싶다. 장르 섭렵자답게 로맨틱 코미디로 데뷔해 갱스터, 스파이 첩보물, 시대극, 드라마를 거쳐 드디어 액션 스릴러에 도달한 스크라이텐필드는 발군의 실력과 상업적인 감각을 드러내진 않지만, 기본기에 충실한 사운드와 적절한 분위기를 묘사해내는 편이기에 [더 그레이]에서도 효과적인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영화음악팬들의 그에 대한 관심사는 오로지 차기작이자 에일리언의 프리퀄인 SF [프로메테우스]에 집중된 상황이라 그의 액션 도전기는 그리 험난하지 않을 듯. 사운드트랙은 1월 31일 레이크쇼어 레이블을 달고 발매될 예정.
6. 우먼 인 블랙 the Woman in Black
감독 : 제임스 왓킨스 James Watkins / 2월 3일 개봉
음악 : 마르코 벨트라미 Marco Beltrami / 예고편

7.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2 : 신비의 섬 Journey 2: The Mysterious Island
감독 : 브래드 페이튼 Brad Peyton / 2월 10일 개봉
음악 : 앤드류 록킹튼 Andrew Lockington / 예고편

2008년 여름, 쥘 베른 Jules Verne의 [지구 속 여행 Journey to the Center of the Earth]을 원작으로 삼은 브렌드 프레이저 Brendan Fraser 주연의 전편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1억불의 히트를 기록한 대박 흥행작이었다. 아직 3D라는 입체 영화의 시장을 가늠하지 못한 시절, [아바타 Avatar]의 흥행 돌풍을 어느 정도 점쳐볼 수 있는 가늠자이자 시초석 역할을 했던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속편이 출연진과 스탭을 대폭 물갈이해 나타났다. 뛰어난 시각효과 장인이었던 전편의 감독 에릭 브레빅 Eric Brevig과 주연 배우인 브렌드 프레이저를 [윌리엄 텔 3D William Tell: 3D]에 빼았긴 그들이 내세우는 타이틀롤은 '더락' 드웨인 존슨 Dwayne Johnson과 하이 스쿨 뮤지컬의 디바 비네사 허진스 Vanessa Hudgens, 아역배우 출신이자 전편과의 유일한 구심점인 조쉬 허처슨 Josh Hutcherson로 거기에 명배우 마이클 케인 Michael Caine까지 합류해 어드벤쳐의 강자였던 프레이저의 공백을 물량공세로 메꾼다. 불안 요소라면 [캐츠 앤 독스 Cats & Dogs] 속편을 연출한 이력이 전부인 감독 브래드 페이튼 Brad Peyton이랄까. 그나마 다행인 건 전편의 음악을 담당해 놀랄만한 극찬을 이끌어냈던 앤드류 록킹튼의 복귀다. 74년생의 이 젊은 캐나디언 음악가는 이미 전작으로 데이빗 아놀드 David Arnold의 충격적인 메이저 데뷔와 비견되며 존 데브니 John Debney나 알란 실베스트리 Alan Silvestri, 존 윌리엄스 John Williams 등 거장들에게 영향 받은 환상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스코어를 들려주었다. 무려 테마 파크같다는 극악의 평을 받은 영화에서 오로지 긍정적인 기운을 찾을 수 있었다면 그건 바로 음악이라고 할만큼 록킹튼의 음악은 두드러졌는데, 피아노와 타이코 드럼, 보이스, 일렉트릭적인 요소와 풀 관현악을 적절히 믹스해 환상을 직조해낸 전작처럼 이번에도 역시 (영화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그의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스코어를 유감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걱정 반, 기대 반이다. 빨리 헐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길 바라며 전작 사운드트랙은 실바 스크린 레이블에서 유럽쪽만 CD 발매가 이루어지고 나머진 디지털 음원 출시였는데 이번에도 과연 그렇게 될지 두고봐야 할 것 같다. (2월 7일 사운드트랙 발매 예정)
8. 세이프 하우스 Safe House
감독 : 다니엘 에스피노사 Daniel Espinosa / 2월 10일 개봉
음악 : 라민 자와디 Ramin Djawadi / 예고편

9. 디스 민즈 워 This Means War
감독 : 맥지 McG / 2월 17일 개봉
음악 : 크리스토프 벡 Christophe Beck / 예고편

2009년 구형 로봇의 최강자 터미네이터 4편과 신형 로봇의 선두주자 트랜스포머 2편이 맞붙은 '리얼 스틸'의 대결은 예상 외로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4억불을 기록한 트랜스포머의 압승! 2억불의 제작비조차 美본토에서 건지지 못한 터미네이터는 사실상 시리즈의 지속이 유야무야된 채 좌초할 운명에 빠졌다. CF출신 감독 맥지와 마이클 베이 Michael Bay의 자존심 대결이기도 했는데, 베이가 무사히 [트랜스포터] 삼부작을 끝마친 것과 달리 이후 맥지는 미드 프로듀서에 전념, 다양한 시리즈를 런칭하며 절치부심 와신상담하다 3천만불의 몸값을 자랑하는 여배우 리즈 위더스푼 Reese Witherspoon과 요새 가장 잘나가는 훈남들 크리스 파인 Chris Pine과 톰 하디 Tom Hardy가 나오는 이 로맨틱 액션 코미디 [디스 민즈 워]로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다. 이 영화는 한 여자와 사랑에 바진 두 특급 스파이가 서로를 라이벌로 두고 [트루 라이즈 True Lies]나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Mr. & Mrs. Smith]급의 사랑 싸움을 벌인다는 살벌 황당무계한 내용. 발렌타인 데이를 앞두고 여성과 남성팬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아이디어와 재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그간 실종됐던 맥지만의 매력과 장기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 재기발랄한 사운드를 책임지는 이는 어마어마한 다작을 자랑하는 왕성한 활동량의 크리스토퍼 벡이다. 작년 한 해에만 다섯 편의 작품을 소화했고, 재작년에는 무려 8편, 2009년에도 7편, 그 아래로도 평균 5편씩 둑딱뚝딱 선보이는 미친 활약을 펼쳤다. 물론 필모의 대부분이 코메디와 드라마라는 점에서 각 큐들이 그리 길지 않고, 또 후반 공정에 시간을 빼앗길 일이 적다는 점에서 다작이 가능한 편이지만 그걸 감안한다고 해도 이 정도의 스피드로 쏟아내는 솜씨는 가히 음악 공장에 가깝다. 그가 72년생이니까 더 나이가 들면 헐리우드에서 다작으로 손꼽히는 엘머 번슈타인 Elmer Bernstein이나 제리 골드스미스 Jerry Goldsmith의 250편에 이르는 작품수를 넘어 엔니오 모리꼬네 Ennio Morricone의 500편 가까이 되는 작품수에 도전할 기세다. 가볍고 유쾌하며 대규모 편성을 지양한 채 인상적인 테마를 잡아 빠르게 큐들을 활용하는 솜씨는 액션이 가미된 여러 퓨전 장르들에 잘 소비되는 편이지만 그만큼 무게감이 없다는 점에서 일장일단이 느껴진다. 더욱이 다작의 경우 모든 사운드트랙이 발매되지 않는다는 것도 옥의 티. 역시나 사운드트랙에 대한 정보는 아직 공개된 게 없다.
10. 고스트 라이더 3D : 복수의 화신 Ghost Rider: Spirit of Vengeance
감독 : 마크 네빌딘 & 브라이언 테일러 Mark Neveldine & Brian Taylor / 2월 17일 개봉
음악 : 데이빗 사디 David Sardy / 예고편

(계속)
덧글
마크 스트레이튼펠드와 파트너가 되었군요.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왜 없나 했더니 영화음악 60선 중 10편이군요.
아직 다섯 편의 글이 더 남은 거네요. 힘내십시오.
P.S.) 클린트 쇼터가 아니가 클린튼 쇼터 아닌가요?
그러고보니 아직 다섯 편이나 더 남았군요. -0- 격려 감사합니다. 힘내서 올해는 꼭 완주를...!!
덧) 오타 적극 반영했습니다. ^^
제 기억으로는, 라민 자와디도 우연찮게 달 착륙선에 타게 된 파리가 우주비행사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는 황당한 내용의 애니메이션 'Fly me to the Moon'의 음악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자와디는 작년 평균 이상의 스코어들을 내놓은 터라 기대가 좀 생겼습니다. ^^;;